HUNTER'S COLUMN

정한밀을 아시나요?

작성자 이요민 날짜 2024-01-31 19:34:39 조회수 56

정한밀은 제 친구의 아들입니다 
정태양은 그 친구동생의 아들이구요.
즉, 정한밀과 정태양은 사촌형제입니다.
정한밀은 고등학교 때 골프를 시작하였고, 정태양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골프를 시작하여 KPGA 두번째 최연소 데뷔를 하였지요.

많은 선수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투어프로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한밀이는 유독 심했습니다. 
한밀이는 어렸을 때 심장병 수술을 받았지만, 자라면서 축구 등 모든 운동에 발군의 실력으로 뛰어났고, 초등학교 다니기 전부터 골프를 배우던 태양이가 좋아 보였던지 고등학교 때 골프선수가 되고 싶어했습니다.
그 당시 목사였던 한밀이아빠는 신지애 아빠처럼 목사 박봉으로 도저히 뒷바라지 할 수가 없어 목사를 퇴직하고 이삿짐을 싸서 필리핀으로 이주하여 홈스테이를 하며 한밀이 뒷바라지를 했지요. 
필리핀으로 공치러 갈 때마다 한밀이를 봤는데, 돈이 없어 제대로 레슨을 받지 못해 그냥 흉내만 내는 민망한 수준이었고 제가 뭘 어떻게 도와줄 수도 없고 답답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두해 지나면서 한밀이는 자연스럽게 리베라 연습장에 상주하던 동갑내기 염서현 염가현 형제와 몇 살 어린 왕정훈과 친하게 지내더군요. 
왕정훈은 지난 글에서 썼지만 중학교 때 이미 필리핀 아마추어 1위였을 정도로 공 컨택 능력이 탁월해서 이미 적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한밀이는 매일 연습장에서 왕정훈, 염서현 형제와 함께 연습하고, 연습라운드를 함께 하면서 엄청난 실력 향상을 가져왔습니다.
아직 세밀한 실력은 떨어져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는 260미터 캐리를 찍을 정도로 장타 능력을 선보이며 거리로는 왕정훈에게 밀리지 않았고 왕정훈 아빠에게 숏게임을 배우면서 기량이 일취월장했습니다.
제가 필리핀에 있을 당시 대회에 처음 출전하여 언더파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한밀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또래들에 비해 아주 늦게 골프를 시작하였지만 특유의 집념과 노력으로 실력을 따라잡기 시작했지요.
필리핀에 훈련 온 골프 대디들이 이구동성으로 ‘한밀이를 보면 어렸을 때부터 왜 골프를 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왕 프로가 되려면 PGA에서 시켜야겠다며 한밀이 아빠는 필리핀에서 5년을 보낸 후 뭔가 가능성이 보이는 한밀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한밀이 아빠는 미국에서 대리운전, 식당일 등 하루종일 험한 일을 하며 한밀이를 뒷바라지했지요.  
5년여 미국에서 머무르며 나중에 PGA에서 뛰게 되는 선수들과 함께 연습하면서 한밀이는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습라운드를 할 때에 김시우도 한밀이에게 가끔 졌다고 하더군요.   
2015년, 중국시드를 얻어 중국으로 건너가기 전에 후배들과 축구경기를 하다가 발목골절로 투어를 뛰지 못하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KPGA 시드를 획득하고 지금까지 투어에서 뛰고 있습니다.

투어 초반에는 프로 데뷔 나이도 많고 아마추어 경력조차 없어 스폰서쉽이 이루어지지 못해 많은 고생을 했답니다.  
2017년 SK텔레콤대회 당시 홀인원 부상으로 받았던 재규어를 팔아 투어 경비에 쓸 정도였지요.
그래도 지금은 다행히 든든한 스폰서도 구해서 시드 걱정없이 투어를 뛰는데 어려움은 없을 정도랍니다.
함께 필리핀에서 고생했던 왕정훈이나 김찬우는 우승을 했지만 아직까지 한밀이는 우승이 없습니다.
대회 중간에 몇 번 선두로 나서기도 했지만 마지막 날에는 아쉽게 무너져서 우승기록이 없지요.
   
프로에게 우승은 ‘기세’가 따라야 합니다.
모든 선수가 우승에 대해 절박하고 모두가 우승을 하고 싶어하지만 우승은 딱 한사람에게만 허용을 하지요.   
아무리 실력이 탁월하고 플레이를 잘하는 듯 보여도 우승은 또 다른 영역입니다.
‘승리를 위한 게임 매니지먼트’가 필요하지요.
그래서 첫 우승이 그렇게 어렵고, 한 번 우승을 경험한 선수는 다시 또 할 수 있답니다.

지금도 조금 아쉬운 것은.. 
한밀이가 한국으로 오지 않고 차라리 미국에서 계속 훈련하며 PGA에서 뛰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있답니다.
한밀이 아빠랑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한밀이 골프 성향은 국내보다 PGA가 훨씬 더 맞을 것이라고…  
그 정도로 한밀이는 공을 쳐내는 능력이 탁월했고 거리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없을 정도로 똑바로 멀리 보냈으니까요.
 
한밀이도 곧 우승을 할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기량은 이미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이고 정신적인 멘탈 부분만 좀 더 가다듬으면 되니까요. 
그동안의 좌절과 패배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스스로 깨닫고 있으며, 마지막날 집중력에 따른 체력적인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다고 합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였지만, 남보다 훨씬 많이 흘린 눈물과 땀으로 적절한 보상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한밀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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