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S COLUMN

공격형 골프와 지키는 골프

작성자 이요민 날짜 2024-01-31 19:25:21 조회수 46

공을 어느 정도 치고 마음 먹은 곳으로 공을 보낼 수 있을 때쯤 항상 궁금했던 것은.. 
공격형이 좋을까 수비형이 좋을까 였습니다.
두 개 모두 장단점이 명확하고 후유증 이나 아쉬움이 항상 있었지요.

공격형의 장점이라면..
샷의 리듬이 좋을 때면 천상천하 유아독존 무림지존의 위치에 올라 경기 끝나고 줄을 세워서 뽀찌를 나눠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매 홀 버디 찬스를 가질 수 있고 버디 5개 정도만 떨구면 뭐 그냥 따뜻한 돈방석에 앉을 수 있지요.

단점이라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입니다.
매 홀 버디를 노리고 쏘다 보면 간혹 벙커에 빠져서 보기를 하거나, 3퍼팅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거지요. 
또한 러프나 좋지 않은 곳에 공이 가서 트러블 샷을 해야 할 때 무작정 핀을 봤다가는 그냥 곧바로 황천길을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수비형은 정반대입니다.
안정적인 플레이로 긴 호흡의 승부를 하면서 누가 봐도 화려하지 않지만 위험한 곳을 피해 또박또박 파행진을 하고 두둑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1등을 할 수도 있고 2등을 할 수도 있지만 절대로 타수와 돈을 잃지는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젊었을 때 드라이버 비거리가 꽤 나가고 기세등등할 때에는 자동적으로 공격형 골퍼가 되더군요.
티샷을 하면 거의 매번 웨지 거리가 남다 보니 곧바로 핀을 공략할 수 밖에 없었고, 500이 안 되는 파5는 그냥 냅다 우드를 잡고 지르곤 했었지요.
물론 수많은 타이틀리스트 공을 해저드로, 숲으로 보내면서 돈도 잃고 시발조팔하면서 후회도 많이 했지만, 가끔씩 떨어지는 이글과 버디의 쾌감은 그동안 잃어버린 타이틀리스트 공 값을 어느 정도 만회하기도 했지만.. 
경기 끝나면 ‘왜 시벌 그 때 3번 우드를 잡았냐구요~~~’ 였습니다.  
나이도 많고 힘도 떨어진 지금은 하고 싶어도 꿈조차 꿀 수 없는 아득한 시절이네요.

프로의 세계는 우리네 아마추어와는 전혀 다릅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공격형 골프를 해야 우승할 수 있고 인기있는 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아주 위험하고 확률이 낮는 골프장이라 할지라도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며 성공적인 샷이 한두 개 떨어지면 팬들은 열광하고 그 샷을 오래도록 기억하지요. 
지금까지 ‘위대한 선수’로 불리는 선수들은 모두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었습니다.

 
물론 지키는 골프를 하는 많은 프로들도 있습니다. 
가느다란 목숨을 투어에서 이어가지만 그들의 이름은 오래 기억되지 못하고 그저 그런 선수로 남다가 소리없이 사라져 갔습니다. 

우승과 인기로 먹고사는 프로는 무조건 공격형 골프를 수행해야 하며 간혹 우승하게 되면 곧바로 화려한 플레이가 부각되고 팬들이 늘면서 연말에는 대기업으로 후원사가 바뀌어지게 되지요. 
간혹 대회 마지막날 챔피언 조에서 한타를 잃지 않기 위해 물 한방울까지 꽁꽁 짜며 지키는 골프를 하는 선수가 있는데 그건 훌륭한 플레이 매니지먼트를 하는 겁니다. 
마지막 날 타이거 우즈나 소렌스탐이 한 타라도 앞서면 2위권 선수가 절대로 뒤집을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의외로 공격형 프로가 지키는 골프도 잘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우리네 아마추어로 골프로  돌아와서, 
우린 반드시 지키는 골프를 해야 합니다.
연습량이나 라운드 횟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칠 때마다 샷이 다른데 공격적으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무조건 위험한 곳은 피해야 하고, 모드처럼 아예 한 클럽 길게 잡고 치는 것도 아주 좋습니다.
저기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공은 딴 곳으로 갈 것입니다.

드라이버는 무조건 거리보다는 안전한 곳으로 보내야 하고
세컨샷은 아무리 내가 바닷가 출신이라 할지라도 벙커나 해저는 절대로 피해야 하며
그린을 공략할 때는 직접 핀을 겨냥하기보다 홀 중앙을 항상 노려야 합니다.

여태 수많은 골프장을 다녀봤지만 허접한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 홀 핀은 그린 사이드나 앞쪽에 꽂아져 있어 조금만 더 옆으로 가거나 짧으면 그린을 벗어나도록 되어 있답니다.  
우리가 다 알면서 계속 파온을 못하고 실수하는 이유가 핀을 직접 보기 때문에 어리석게도 매번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린 중앙을 겨냥하면 조금 빗맞아도 그린에 있게 되지만 핀을 겨냥해서는 핀으로 갈 확률은 20%가 채 되지 않는 답니다. 

안 믿는다구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우린 GIR을 못한다구요. 글쎄~~~. 

결론적으로 말해 
지키는 골프를 할 줄 알아야 골프에서 고수가 되며 싱글을 칠 수 있습니다.
불꽃처럼 화려하게 살다 가고 싶은 심정이야 저도 익히 알고 그러고 싶지만.. ㅋㅋ 
지키는 골프,  짤짤이 골프를 하면 매사 행복하고 지갑도 든든해진답니다. 

우리 모두..
지갑도 지키고
스코어도 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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