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S COLUMN

한국여자골프 미래에 대한 고찰

작성자 이요민 날짜 2024-01-31 19:23:54 조회수 51


구옥희의 1988년 LPGA 첫 우승 이후로 1994년 고우순..

그리고 1998년 박세리의 우승이 한국여자골프의 중흥기를 이끌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세리의 우승 이후 김미현이 곧바로 합류했고 미국 아마추어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박지은까지 더 해 한국여자골프의 중흥시대를 열었지요.

 

박세리 성공을 보고 자란 선수들이 2000대 중반 이후 새로운 얼굴로 등장하게 하였습니다. 2008년 박인비의 등장과 신지애, 김인경까지 한국선수들은 압도적인 우승 승수로 LPGA의 새로운 절대 강자로 군림하게 되었지요.

매년 우수한 선수들이 나오면서 LPGA 신인왕을 한국선수들이 연이어 차지하기도 했었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매 대회마다 마지막 날 챔피언 조에서 경기하다 보니 미국 시청자들의 경기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광고주들이 대회를 기피하고 후원하는 것도 적어지면서 한국 선수들의 진출을 제약하기 위해 영어를 필수로 하는 규정까지 생기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당시 우리 한국선수들이 우승을 스스로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쓸데없는 이야기도 나오던 시절이었네요. 

 

그렇게 세상을 호령하고 기세 등등 잘나가던 한국여자골프가 시들어진 것은 2020년 이후였습니다. 세계 각 지역 선수들의 실력이 평준화되고 태국, 일본, 유럽의 새로운 강자들의 출연으로 한국여자골프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지요.

박인비의 노쇠화로 인한 경기력 약화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한국여자선수들의 우승이 갑자기 줄어든 이유는 무엇으로 설명되어야 할까요?

투어밴을 타고 라면을 끓여 먹으며 하루에 500km 이상을 달리며 대회장으로 가던 악착 같은 골프 대디와 선수들은 이제 없어져서 그럴까요?

작년에는 고진영 혼자서 고군분투했고, 제가 좋아하는 김세영은 매년 우승하다가 3년째 소식조차 없으며 세계 1위까지 했던 박성현은 아직도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LPGA 진출한 한국 선수들 면면을 보면 다들 고만고만해서 특별하게 매 대회마다 우승할 수 있는 빼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왜 갑자기 이렇게 되었을까요?

과연 다시 한국의 여자골프가 일어설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저는 예전 한국의 위상은 다시는 갖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며,

첫째는 절대 강자의 부재

둘째는 스윙이 최우선인 골프 교육 방법입니다. 

 

  1. 절대 강자의 부재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지만 대중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강자가 필요합니다. 남자골프는 오랜 기간 타이거 우즈의 등장으로 화려한 시기를 보냈지만 우즈 이후에는 매 대회마다 세계 1위가 바뀌어지면서 춘추 전국시대를 이루어 대중들의 관심도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세계 1위가 존 람인지 조던 스피스 인지, 아직도 맥길로이인지 헷갈릴 정도지요.

일본에서는 역대 최연소 우승자 이시까와 료를 내세워 전 일본 지역에 골프 인기 몰이를 하면서 료는 PGA까지 진출했지만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니 결국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던 일도 있었지요.

 

현재 LPGA에 진출한 한국선수들 중 절대 강자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부끄럽기만 합니다.

중위권 정도의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대부분이고 이미 한국으로 돌아와야 할 선수들도 있지만 자존심 때문에 계속 미국에 있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박세리, 박인비 이후 한국의 강자를 굳이 꼽으라고 한다면 고진영 정도가 되는데 제가 주는 점수는 조금 박합니다. 그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나와야 하는데 아직까지 부재입니다.

윤이나가 오랜만에 대형 선수 가능성을 가지고 출현했는데 아쉽게도 불미스런 사건으로 징계 기간입니다.

거리도 짱짱하고 배짱도 두둑하며 자신의 골프를 망설임없이 실행할 수 있는 선수…

그런 선수가 절대 강자입니다.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KLPGA에는 박민지가 2년 연속 우승과 상금을 휩쓸었지만 절대 강자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많이 멉니다. 만약 박민지가 LPGA 가서도 이렇게 다승을 할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는 없습니다.

 

 

  1. 골프 교육에 대한 발상의 전환

주니어골프에 대한 글을 예전에 썼지만 지금도 사실 교육방식이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아이들을 때리고 혼내는 방식은 법에 의한 처벌을 받으니 지금은 거의 없어졌으나, 골프 선수가 아닌 골프 스윙머신을 만들기 위한 교육은 그대로 똑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스윙만 가르치다보니 한국 선수들의 스윙은 유독 다른 나라 출신들에 비해 공장에서 찍어내 듯 비슷한 스윙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스윙을 하는 여러 선수들을 모자이크 하고 한국선수를 맞춰보라고 하면 저는 거의 다 맞출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선수들의 스윙은 체형을 무시하고 거의 다 비슷합니다.

같은 프로에게서 배우는 선수들의 스윙은 왜 그렇게 똑같은지 참 답답합니다.

키도 다르고 체중도 다른데 왜 스윙을 똑같이 만드느냐구요~~~

골프에서 우승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정작 스윙이 아닌 집중력이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선수들은 스윙에 집착하고 코치들은 스윙만 강조할 뿐이지요.

 

대회에서 집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고,

게임을 리드하기 위해서 자신의 멘탈을 어떻게 조절하며 극복을 해야 하며,

동반 선수나 자신의 스코어를 의식하지 않고 72홀 내 게임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않습니다.   

우승한 선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대회가 끝나거나, 시즌이 끝난 후 게임을 복기하면서 ‘왜 내가 그때 그 클럽을 사용하고 왜 그런 어리석은 공략을 했을까?’ 매번 후회하는데도 말입니다.

 

조금만 페이스를 조절했으면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텐데…

그때 이 방향을 공략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왜 내 자신의 골프를 하지 못하고 남을 의식하고 바보 같은 플레이를 했을까…

그렇게 모든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반성을 하지만 정작 멘탈이나 집중력 훈련을 하기 보다는 매일 가방 매고 연습장을 가기 마련입니다.

      

실력이 출중하고 압도적인 경기력을 가질 때는 간혹 우승할 수는 있지만 일년에 40게임 가량을 소화하며 매주 대회를 해야 하는 선수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감각과 심리를 조절하며 교육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면..

골프에서도..

인생에서도..

실수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선수를 지망하는 주니어골퍼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스윙 뿐만 아니라 게임을 운영하는 방법과 멘탈 조절하는 방법을 무조건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답니다.

골프가 왜 너에게 필요하고,

골프가 어떻게 너의 삶을 빛나게 할 수 있고,

슬럼프에 빠졌을 때에는 잠시 멈추면서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과 멘탈을 가르쳐야 하며,

소중한 인생을 위해 골프 외에 반드시 또 다른 하나의 취미를 갖도록 해야 합니다.

 

자신이 골프를 왜 해야 하는지를 알고

골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잘될 때보다 잘 안되고 있을 때 빠져나올 힘을 가지면서

골프 외 또 다른 취미생활을 통해 오래도록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선수…

그런 선수가 필요하며 그런 선수가 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그런 골프를 가르치는 사람이 없습니다.

 

 

  1. 결론

한국여자골프의 미래는 사실 밝지 않습니다.

폭발적인 비거리와 숏게임에 능숙한 선수들이 계속 출현하면서 한국골프는 그만큼 뒤쳐져버렸고,  세계적인 골프 흐름에 따라가기 보다는 아직까지도 스윙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지도자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태국, 필리핀, 중국 등 골프 변방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계속 나오면서 한국의 우월성이 많이 사라졌으며 더 이상 한국골프를 따라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재능 있는 선수들은 대학에서 장학금을 주고 계속 대회에 출전해서 경쟁을 통해 우승하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하며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골프 엘리트로 양성합니다.

PGA나 LPGA 투어 데뷰 하기 전에 우수한 선수들이 대학 리그 경쟁을 통해 이미 다양한 경기감각과 게임 조절 능력을 배우고 있답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투어에 데뷰해서 우승하는 선수들이 지금 PGA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마추어 대회도 너무 부족할 뿐더러 여러 사정으로 20살도 안 되어 프로로 데뷰하여 경기 감각이나 인생의 경험이 일천하여 그들의 경기 역량과 멘탈이 차이날 수 밖에 없지요.    

 

PGA에서는 다행히 김주형이라는 걸출한 신인선수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계속 좋은 성적을 내면서 남자골프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김주형은 어렸을 때부터 동남아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골프를 배우며 영어에 대한 능력도 탁월하고 세계인으로서 자질이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당연하지만 한국여자골프 미래를 위해서는 새로운 유망 선수를 계속 발굴해야 하고 길러내야 합니다.

골프에 흥미를 가진 어린 선수들에게 체계적이고 즐거운 골프를 가르쳐야 합니다.   

이미 기존 여러 선수들이 증명했으니 훌륭한 여러 지도자들이 잘 교육시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스윙만 주구장창 가르칠 것이 아니라 골프를 통해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가꾸어 나가고 인생을 폭넓게 살아가는 즐기는 골프를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주면 좋겠습니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갑자기 슬럼프에 빠졌다가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고 은퇴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봐서 골프 밖에 모르는 선수보다 다양한 생각과 깊이를 가진 선수를 길렀으면 합니다. 

 

 

우승 후 인터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선수보다

자신의 소중한 인생에서 즐기는 골프를 하는 것이 최고의 선수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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